2등 해봤어요?

바람의노래 2007/09/12 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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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꼬마 슈테른


" 헥헥.. 엄마엄마!! 오늘 체육시간에 달리기 해서 2등했어요!! "

헐레벌덕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온 꼬마아이는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달리기도 못하는 녀석이 어떻게 2등을 한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엄마가 묻는다.

" 어머, 그래? 잘했네.. 몇명이서 뛴건데 2등이나 했어? "
" 두명이요."
" ..........!?....  하하하..."

말이 2등이지 두명이서 뛴 달리기에서 그런 등수가 무슨 자랑거리라고... 엄마는 너무 기가막힌 나머지 하던 빨래를 손에서 내려 놓고 웃기 시작한다. 꼬마는 엄마의 웃음소리를 뒤로 한채 씩씩하게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서는 책가방을 내려 놓고 이마 위의 땀을 손등으로 훔친다.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어 뛰어오느라 생글생글 맺혀버린, 그 땀을 닦는다.

그 꼬마는 자라고 또 자라, 무려 서른 살의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게 바로 나다.

엄마는 요즘도 가끔 그 일을 떠올리시며, 그땐 정말 할 말이 없었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난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가만히 앉아서 그랬던 내 모습을 상상을 해 보노라면 이내 엄마와 같은 심정이 된다. 그래도 그 녀석.. 참 귀엽지 않느냔 말이다..

나를 두고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이것저것 불만도 많고 비관적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난, 나만큼 낙관적인 사람도 드믈다고 늘 주장한다. 꼴등을 하고도 2등을 했다고 좋아하는 꼬마녀석이 아직은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꼴등도 2등 정도는 할 수 있고,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일이 있다면 바늘구멍을 넓히면 되지 않겠느냐고 큰소리도 칠 수 있다. 아자아자!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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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그땐 그랬지 - 유치원

    Tracked from ego + ing 2007/09/12 11:32  Delete

    모처럼의 긴 휴가 덕에 서울로 떠나면서 남겨두었던 편지며, 책이며, 사진이며, 하는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 이런 때가 있었구나. 오래된 유행가처럼 당시의 기억들이 한올 한올 살아난다. 앨범에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 사진들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면서 스캔을 했다.나는 어렸을 때 심약한 편이었다. 라이너스처럼 실크소재의 이불이나 엄마의 파자마가 손에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손가락을 초등학교 2학년까지 빨았고, 밥을 안먹어서 엄마의 마음고...

  2. Subject: 꼬날이의 추억은 방울방울

    Tracked from 꼬날의 뮤직 싸롱 2007/09/13 00:29  Delete

    추억은 방울방울의 타에꼬처럼 꼬날이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다이어리 속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을 늘 가지고 다닌다. 이건 25년 전 우리집 뒷마당에서 동생들이랑 찍은 사진.. 아빠가 집앞에서 오락가락한다고 데리고 들어온 고양이 나비도 보인다. 꼬날이는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뜀박질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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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going 2007/09/12 11:3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이들이 행복한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에 아직은 익숙하기 때문이겠죠? 아마 꼬마 슈테른은 2등을 서열이 아니라, 참여의 즐거움으로써 자랑했을꺼예요. 아 정말 이쁘내요. 저의 꼬맹이 시절도 트랙백으로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