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노래'에 해당되는 글 69건

  1. 2010/04/21 공평한 토대, 무상급식
  2. 2010/03/18 망설임 없이 떠난 안면도 여행 (2)
  3. 2010/03/11 우린 제법 잘어울려요~ (6)
  4. 2010/02/03 추억을 되살리는 작업 (11)
  5. 2010/01/05 부족한 여행 (10)
전면 무상급식 주장에 대해 누군가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이들의 먹는 문제에까지 색깔론을 덮어씌우려는 저열함을 비웃어주는 한편,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원칙, 즉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려면 부모의 처지와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공부하고 자라는 문제에선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토대를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사회는 봉건/게급의사회의 다른 이름이다. '어린이 사회주의'야 말로 자본주의의 전제가 된다.  
--  
한겨레 21 803호 <만리재에서> 중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것 같다.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근처에 가면 잘 씼지 않은듯 냄새가 났고, 감지 않은 머리는 갈라지고 기름져 있었다. 점심시간에 그 친구가 하는 일은 친구들이 앞뒤로 삼삼오오 밥을 먹는동안 그저 가만히 두 팔을 책상 위에 모으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서는 부끄러운듯 눈치를 보며 눈동자를 굴리는 것 뿐이었다. 가끔 담임 선생님이 도시락 뚜껑을 그릇삼아 아이들의 밥과 반찬을 모아 그 친구에게 주기도 했다. 혹은 학급 임원들을 시켜 챙기게 하기도 했지만, 아무도 챙기지 않아 굶는 날도 많았다. 

그 친구는 늘 외로웠다.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했고, 그 때문에 함께 나눠먹을 반찬이 없으니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나 역시 그 친구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냄새가 나서 싫기도 했고, 나서서 그 친구를 챙길 용기도 없었다. 딱 한 번. 그 친구의 얘기를 들은 엄마가 어느날인가 한 번 점심을 따로 챙겨 줘 전해줬던 기억만 살짝 남아 있을 뿐이다.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등굣길에도 수업시간에도, 그 친구는 늘 혼자였다. 심지어 소풍을 가서도 그 친구는 늘 혼자였다. 같은 반 친구들이 각자 싸온 김밥을 하나씩 모아 건네주긴 했지만, 그 누구도 함께 둘러 앉지 않았다. 산처럼 수북히 쌓여 있던 김밥이 그렇게 외로워보일 수 없었다.

잘 먹지 못한 탓인지 작고 마른 체격이었고 언제나 기운 없는 모습이었다. 어쩌다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면, 귀기울여 들어도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생님들은 더 크게 하라며 그 친구를 나무랐지만, 곯은 배를 움켜쥐고 하루를 버티는 그 친구가 어찌 더 큰 소리로 말을 할 수 있었겠나 싶다.

선택한 적 없이 물려받은 '가난'. 가난은 그 친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가방을 챙기는 일도,
몸을 단정하게 하는 일도 서툴 수 밖에 없는 어린 나이의 친구를 돌봐줄 부모님의 시간, 그 때문에 제대로 챙겨 본 적이 없는 점심 도시락,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을 친구, 그리고 공부하고 뛰어 놀 기운까지...

이 친구의 기억이 '그땐 그랬다'는 옛날 이야기이길 바라지만, 놀랍도록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누군가의 현실이다. 아이들의 밥 한끼를 빼앗지 못해 안달인 이상한 사람들이 땅에 살고 있다. 너는 뭐 먹고 자라 그러니 대체?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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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슈테른의 생각

    Tracked from stern704's me2DAY 2010/04/21 12:43  Delete

    가장 자본주의적인 원칙, 즉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려면 부모의 처지와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공부하고 자라는 문제에선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토대를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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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떠난 여행이 얼마나 즐거운지, 그래서 또 얼마나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는지는 다녀온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토요일 밤 11시. 충동적으로 떠난 안면도 여행.

어디로 갈까? 안면도 어때? 

단 두마디를 주고 받은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면도로 떠났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여행이었다. 내일 아침이 아니라 '지금 당장' 떠나는 여행. 갈아 입을 옷도 없고 늘 가방 안에 있던 로션도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여행은 원래 그렇게 하는거니까.

얼마나 깔깔대고 웃었는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술 한잔 들이키고 웃고 또 들이키고 웃기를 반복하며 보낸 안면도에서의 하루. 서울을 떠난지 정확히 24시간 후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그 시간을 되짚으며 혼자 실실 웃어본다. 우리의 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어떤 방법으로도 다 표현해낼 길이 없어서 안타깝다.

































다음 여행은 언제가 될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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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우나비 2010/03/18 12:1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진으로 다시 봐도 설레는데.... 함께 있어서 좋았다. 두고 두고 추억하면서, 꺼내볼 수 있는 보물이 하나 생긴 거지..

    • 슈테른 2010/03/22 12:39 Address Modify/Delete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게 언제나 그 시간을 더 귀하게 만들어주는듯... 또 놀러가자~~ ^^

오늘 태릉선수촌 빙상장에 가서 '이규혁 선수'를 만났다.
유명인과 기념사진을 찍는다는게 좀 부끄럽고 낯간지럽지만 그래도 한 컷 찰칵!

근데..., 우리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
딱 내 스타일인데.. : )



안되는 걸 알면서도 도전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는 이규혁 선수의 인터뷰가 잊혀지지 않는다.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더 이상 도전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 그의 마음 속이 얼마나 복잡했을까. 그 인터뷰 기사를 읽을 때쯤 내 마음이 꼭 그와 같아서 눈물이 났다. 계속 울고 싶어 그 기사를 몇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세상에는 안되는 걸 알면서도 도전해야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도전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잠시 마음이 아팠고 울었으니 그도 나도 이제 됐다. 툭툭 털고 다시 앞으로!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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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슈테른의 생각

    Tracked from stern704's me2DAY 2010/03/12 01:53  Delete

    우린 제법 잘어울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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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wer999 2010/03/11 14:06 Address Modify/Delete Reply

    효진님 웃음이 매력적이네요. 미녀

  2. 벨레 2010/03/11 15:4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멋진데..일 때문에 간거? 뭔가 기자 같아.ㅎㅎ

  3. 차차 2010/03/12 08: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규혁 선수가 보면 화낼라.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된 테잎이 하나 있다. 20년도 더 된 낡은 테잎. 

이 테잎에 담긴 소리가 너무 오래되서 혹시라도 사라질까봐 늘 걱정이었는데, 참 운이 좋게도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멋진 직업을 가진 친구를 만나, 사라질지도 모를 꼬마의 목소리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 테잎 안에는 열 살 자리 꼬마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내가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연기하며 선보인 동화 '생일 선물'. 철없는 아이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 나레이션까지. 하나도 그럴듯하지 않지만 열심히 애쓰며 동화를 들려주는 내가 참 귀엽다. 


추억을 되살리고 있는 엉클씨. 20여년 전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워 하는 나.


이 기록이 영원히 보관되어야할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온전하게 보관하고 싶었던만큼, 불안한 테잎을 안심할 수 있는 파일로 되살린 이번 작업은 나에게 너무 귀한 시간이었다. 작업을 지켜보는 내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추억을 되살려준 엉클씨. 작업을 기록해준 친구 힐러리. 모두에게 땡큐! : )



 <생일선물>, 성일 초등학교 3학년 꼬마 슈테른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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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먹는 언니 2010/02/04 00:11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ㅎㅎ 리얼한데요. 감성이 굉장히 풍부해보여요~

  2. lunamoth 2010/02/04 02:23 Address Modify/Delete Reply

    굿바이 1337에서 이걸 틀어 놓아야 겠는걸요... ㅎㅎ + 성우를 하셨어야 했는걸요 ㅎㅎ

  3. 녹두 2010/02/04 21: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 귀여워! *_________________*
    지금처럼 귀엽군요!
    어린 효진이는 성우해도 되겠는데요? ^^

    근데 외국 나가면
    오징어 튀김이랑 미역국 먹고 싶어서 어떻게 해요?
    아기 낳으면 미역국 꼭 먹어야 하잖아요? 하하

  4. hsoul 2010/03/09 13: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ㅎ 어뜨케 이거.. 너무 잘하는데요?!

  5. toru 2010/03/28 14:4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머나. +_+ 목소리가 참 맑으시군요!

  6. youngsun 2010/04/26 11:2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무 재밌게 들었어~ 지금의 목소리와 너~무 달라~~배경음악까지^^

    창작동화 같은데 참 잘했어요!!

    근데 어찌 먹는 얘기가 많네 ㅋㅋㅋ

  7. unkle 2010/04/26 22:4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아시는분??
    1등으로 맞추신분깨는 떡 드립니다 ㅋㅋ

부족한 여행

바람의노래 2010/01/05 14:27 |
여행은 조금 부족해야 즐겁다. 완벽하게 준비된 여행만큼 지루한 게 또 있을까. 완벽히 준비되어야할 것이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나사 하나쯤 풀어 놓은 넉넉한 마음정도?  숟가락 하나 부족한 것에도 벌벌 떠는 친구가 있다면 그 여행은 실패다.

몇 해 전,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에 있는 '아침가리' 길을 2박 3일 동안 걸었다. 경치에 취해 걷다 자칫 날이 저물면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될만큼 그곳은 한적했다. 그 길을 오래도록 걷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알아서 식사를 해결해야했다. 물론 가방 가득 간단한 먹거리를 채워 갔다.

하지만, 밥 한끼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배를 위로하기 위해 결국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작은 코펠 하나. 라면을 이리저리 쑤셔 넣었다. 면을 국물 바닥에 깔고 얹히고, 그리고 꽂았다.  과연 이 라면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인가.



라면이 끓는 그 모양새가 우스워 한참을 낄낄대며 기다렸다. 오늘 안에는 완성될 것이여~



얼마 지나지 않아 얼추 라면이 제 모습을 찾았다. 그것도 아주 맛깔스럽게. 살짝 덜익은 면을 좋아하는 나부터 한 젓가락!



차고 넘치지 않아서 재밌었고, 뭘하려고 해도 계속 부족해서 웃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충분히 만끽하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 좋았던 여행.


긴 여행을 준비하며, 무엇을 챙겨갈까 고민하는 대신 무엇을 버리고 갈지를 생각해본다.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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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현 2010/01/05 21:3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부족한 여행도, 완벽한 여행도 모두 소중한 것 같습니다.

    슈테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슈테른 2010/01/06 01:57 Address Modify/Delete

      앗! 안녕하세요..^^

      맞아요. 여행은 사실 다 즐겁긴해요.. 떠난다는 것 자체가 좋죠. ㅎㅎ

      태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듬뿍~~~

  2. lunamoth 2010/01/06 03: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라면 멋있네요. 맛있을것 같고요 ㅎㅎ;

  3. 징검다리 2010/01/06 18:3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맛잇겠네요...쩝쩝 라면 한젓갈만....ㅎㅎ

  4. 먼지깡통dustin 2010/01/07 19:4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얼핏 보고 무슨 버섯재배하나 했네요...하하

  5. 여명 2010/01/29 19:0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사 하나쯤 풀어 놓은 넉넉한 마음정도?
    이 말이 완전 마음에 와닿아요!!
    난 이런 마음은 가득한데 말이죠!!
    즐거운 여행이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