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0/05/04 흐트러져도 괜찮아 (14)
  2. 2010/01/27 내가 당신을 사랑했나요? (2)
  3. 2009/12/22 처음 만난 그때 (4)
  4. 2009/11/19 고백 후에 남는 의미!? (2)
  5. 2009/11/02 기다림
 
사랑

연애를 시작한 친구는 자신의 생활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관심도 없는 교양과목을 남자친구가 신청했다는 이유로 따라 듣기 시작했고, 그렇게 열심히 하던 동아리 활동도 하는 둥 마는 둥 멀어져갔다. 여러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어 알려줘도 확실하게 참석 여부를 알려주지 않았다.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는 날엔 친구를 볼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볼 수 없었다. 친구의 생활의 중심은 자신이 아니라 남자친구였다. 나에게 그 친구는 연애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 친구들이 하나 둘씩... 계속 생겨났다.

나도 연애를 시작했다. 내가 하고 있던 모든 것을 지속시켰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내가 이어오던 생활을 유지하고 남는 시간에 데이트를 했다. 나는 내가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만나도 그가 마지막인 것처럼 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하다고 여겼다. 당장 보고 싶은게 무슨 대수냐 싶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면 되는거니까. 단 10분이라도 얼굴을 보기위해 달려가는 일 따위는 하지도 않았고, 상대가 하는 것도 싫어했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 당장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남자친구는 그렇게 못나보일 수 없었다. 그런 친구와의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별

친구가 살이 쏙 빠진 채로 나타났다. 이별의 후유증이었다. 입맛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했다. 먹으려해도 입안에서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는 온몸으로 사랑의 상처를 입었다. 다 시들어버려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꽃처럼. 당장 해야할 일같은건 안중에도 없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앉아 모든 것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친구는 아프고 또 아파했다.

나의 이별은 그렇지 않았다. 이별 후 나는 언제나 더욱 견고해졌다. 밥도 잘먹었고 일상생활도 더 빈틈없이 잘해냈다. 대학 4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고 조기취업을 해서 회사도 다니고 있었던 그 때. 회사일과 시험 준비로 정신이 없던 어느 날,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받은 이별 통보를 받았다. 충격이었다. 하지만 나는 흐트러짐 없이 생활을 이어 나갔다.

머지 않아 이 순간이 과거가 될 것이고, 이별 후 슬퍼하며 흐트러 지지 않았던 나의 냉혹함보단, 정신차리지 못하고 망쳐버린 시험과 성사시키지 못한 회사 일을 더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가다듬었다. 남자한테 차이고 충격을 받고도 이랬으니 내가 이별을 선언한 경우는 말해 무엇할까. 내 입으로 직접 이별을 했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나의 이별을 알지 못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런 나의 모습은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일 것이다.
슬프다.
흐트러지지 못해서.



Posted by 슈테른

Trackback Address :: http://stern.kr/trackback/204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먹는 언니 2010/05/04 22:5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실 저도 흐트러지지 못한답니다. ^^;;

  2. 여우나비 2010/05/06 12:2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랑은 흐트러지게 해도..
    이별은 적당히 담백하고 정돈된 방식이 좋더라 ㅎㅎ
    돌아보니까 그래....

    • 슈테른 2010/05/07 20:17 Address Modify/Delete

      그러네.. 이별할땐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근데 가능하면 그런건 하지말자.. 이별따위~ ㅋ

  3. 동생 2010/05/07 09:1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내 얘기인지.. 언니 얘기인지..ㅋㅋㅋ

  4. 애플 2010/05/07 11:2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새사랑을 하면 꼭 지난 사랑 기억을 꺼내는 버릇이 있더라구. ^^
    뭐든 좋아. 오랫만에 이런 이야기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싹 다 까먹었어. 많이 좀 써서 알려주라.

  5. TORU 2010/05/10 13: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간만에 들러봅니다. 잘 지내시죠? 새벽별쌤. 아 이제는 누나라 불러도 되는건가요. ㅋㅎ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한 마디. 공감하고 갑니다.
    독일 가기 전에 링고 한 번 오셔요. =)

  6. 녹두 2010/05/16 18:0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자사람 효진씨,
    잘 지내고 있어요? ^^
    독일 가기 전에 막걸리 한 잔 합시다.
    혜미씨도 함께면 더 좋고요.

  7. 2010/05/18 22:4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그는 아이처럼 신이 나 떠들었다. "그녀는 천사에요. 너무 착해요. 너무 좋아요. 보고싶어 미치겠어요." 듣기도 민망하고 옮겨 적기도 민망한 저 멘트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그가 알기나 할까. 말하고 또 말해도 표현할 수 없었을 그의 행복을 의심하며 내가 물었다. '그게 사랑인지 어떻게 알아요?" 

"그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 같으니까요."  참 유치하고 싱거운 대답이라 생각하는 동시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도 그 누군가가 아니면 죽을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저 바보같은 그처럼 신이나 떠들었었다. 행여 이별이 온다면 그때 나는 살아도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닐거라며,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표현하는 것은, '죽을 것 같다'는 말로도 부족하다며 흥분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죽을만큼 사랑했던 날들을 뒤로 하고 다가온 이별 후, 내 생활은 아무것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어제와 다를 바 없이 굴러갔다. 죽고 싶을만큼 아프지 않았다. 식욕도 너무 좋아 밥도 잘 챙겨 먹었다. 가끔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또 가끔은 가슴 한쪽이 시리기도 하고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나는 아주 잘 살아갔다. 살아도 사는게 아닐거라더니, 죽어서도 살 사람처럼 굴었다. 헤어진 그에게 묻고 싶다. 내가 당신을 사랑했나요? 나는 모르겠지만, 그는 알 수도 있다.

그가 부럽다. "그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그가 부럽다. 사랑이라는 게 꺼지지 않을 것처럼 끓다가도 하루아침에 식어버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마음을 다 전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이별을 하면서도 아픈만큼 아파하지 않으려 애쓰는 나는, 사랑도 이별도 격하게,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따라 살아가는 그가 참 부럽다. 

끊임없이 과거를 의심하고 현재를 의심하고 미래를 의심하는 내가 어찌 사랑타령 따위를 할 수 있겠나.



Posted by 슈테른

Trackback Address :: http://stern.kr/trackback/198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녹두 2010/02/02 14: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랑이
    끝나지도 않고
    잊혀지지도 않는다면
    지구 위에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죽고 없었을 겁니다. 하하

처음 만난 그때

연애시대 2009/12/22 14:55 |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상우와 은수.  은수, 터미널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은수 : (문득 앞을 보면서) 상우씨. 우리 친구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애.
상우 : 나 싫어?
은수 : 아니 좋아.       
상우 : 근데 왜?
은수 : 우리 첨 만났을 땐 참 좋았는데 그치?

영화 <봄날은 간다> 중에서...


지나간 사랑의 마지막을 그가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다. 이별조차 아름다웠을지,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일지. 그리고 그 역시 알 수 없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때로는 참 좋았던 사랑 전체를 흐트러 놓기도 하는 마지막 기억. 머릿 속에 각인된 아픔을 온전히 버릴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랑의 끝이 어떠했든지간에 가장 좋았던 시점을 굳이 꺼내어서라도 서로를 기억해 주면 어떨까.

그 기억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처음 만난 그 때는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모든 기억을 다 지워버리고 싶을만큼 후회되는 사랑이었다고 하더라도, 제아무리 악몽같은 연애였다고 하더라도 그 처음조차 나빴을리 없으니까.

사랑에 '끝'은 없다. 언제나 '시작'만이 있을 뿐. 
 

** 처음만난듯한 표정이 좋아 올렸지만, 이 글의 내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진입니다. ^^



Posted by 슈테른

Trackback Address :: http://stern.kr/trackback/180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여우나비 2009/12/22 16: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랑은 언제나 '처음'이다...
    처음은 항상 좋지.. 그 '처음'이 추억이 되고, 지나간 후에도 또 그렇게 남는 듯 하다..
    음.. 이 사진.. 좋은데 ㅎㅎㅎㅎ
    (글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강조!) ㅋㅋ

    • 슈테른 2009/12/23 02:12 Address Modify/Delete

      언제나 '처음'처럼...
      이렇게 죽을 때까지 사는거다!!! ^^

    • 애플 2009/12/23 10:53 Address Modify/Delete

      어떤 경우는..
      처음보다 그 다음이 또 그 다음이 더 좋기도 하나봐.
      내가 요즘 느끼고 있어. 사랑이 더더 진해지는 걸.
      (사랑이 맞나 ..ㅎㅎ)
      어서, 처음과 중간과 끝이 같은 사랑을 찾아~~

      (근데 저 둘 어떤 사이???? 왠지 어울려.)

    • 슈테른 2009/12/23 11:36 Address Modify/Delete

      찾아서 찾아지는거라면 찾아보겠는데 말이지..

      (저 둘은 '아는 사이'. 아주 심플~ ㅎㅎ)

고백.
상대의 마음도 나와 같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 된다면 참 좋겠지만, 대게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아무런 확신 없이, 계산도 되지 않는 작은 확율에 기대어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 하는 것. 영원히 함께 하려다 영원히 못볼 수도 있다. 그럴 때 고백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내가 그랬었어'라는 아픈 추억 한 줄? 고작?


침묵을 깼다
그 달가웠던 것을
그리하여
하늘만한 죄를 짓고
허리 굽어 사노니
지는 해를 안고 간
사람 하나
그림자 하나
뒤따른 바람 하나
다시는 못 만났노니                        -- 윤동주, <고백> 중에서







* 요즘 '고백'이라는 단어에 심취해 있음.  : )







Posted by 슈테른

Trackback Address :: http://stern.kr/trackback/176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여우나비 2009/11/20 01: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까짓것, 해버려~~

기다림

연애시대 2009/11/02 01:00 |
"기다릴께..."

눈으로 확인이 될만큼 그의 몸이 몹시 떨렸다.  긴장한 목소리를 감추려, 불안한 시선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그가 안쓰러워 보였다. 그가 얼마나 힘들게 얘기를 꺼낸 것인지, 나는 충분히 알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좋아한다며 고백해 오는 그에에 나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 단칼에 그의 고백을 무안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 나에게 그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내 마음이 움직일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냉랭하게 다시 한 번 대못을 밖는 나에게, 그 역시 다시 한 번 말했다. "기다릴께.." 

*

나도 그처럼 누구가를 기다렸다. 참 오랫동안 기다렸었던 것 같다. 한참 연애중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그의 마음을 얻기도 전에 그 연애가 끝나기부터 기다려야했다. 군대에 간 그가 휴가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소개팅에 나간 그가 오늘 만난 사람은 참 별로였다며 전화를 주길 기다리고, 언젠가 다시 연애를 시작한 그가 또 다시 이별을 하기를 기다려야했다. 

 
*

모두 다 지나가버린 일이다. 나를 기다리던 그도, 누군가를 기다리던 나도, 기다리는 것 따위는 이젠 하지 않는다. 마음이라는게 기다린다고해서 얻어지는게 아니니까. 이젠 그걸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으니까. 


Posted by 슈테른

Trackback Address :: http://stern.kr/trackback/148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