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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4 검은 봉지의 쓸쓸함

오래 전에 했던 드라마 <모래시계>. 여주인공(고현정)이 검은 봉지에 담아 사 온 쌀을 술에 취해 넘어져 쏟고, 다시 손으로 쓸어 주워담는 장면이 있다. 친구들은 감옥에 있는데, 자기는 먹고 살겠다며 쌀을 사왔다고 자조섞인 슬픈 목소리로 웃는 듯 우는 마음 아픈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그 쌀이 담긴 검은 봉지가 주는 처량함이 어찌나 쓸쓸하게 다가왔던지, <모래시계>를 생각하면 그 어떤 명장면보다 나는 검은 봉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검은 봉지를 보면 또 다른 것이 머리 속을 휘휘 젓는다.

*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 10시쯤 되었을까. 약간 술에 취한듯 얼굴이 빨갛게 물든 아저씨가 내 뒤에 섰다. 내 뒤에는 아저씨 말고도 간이 가판대가 있었는데, 몸을 휘청휘청 하던 아저씨의 시선이 어느 순간 그곳에 닿았다. 마침 찾던 것을 발견했다는 듯, 아저씨는 과자를 하나 집어 들고 얼마냐고 물었다. 그리고 또 다시 휘청거렸다.

1,000원이 넘는 과자값을 들은 아저씨는 놀란 표정을 하곤 횡설수설 과자가 너무 비싸다며 투덜거렸다. 짜증이 날법도 한 가판대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술취한 아저씨를 달랬다. 그리고 그 과자를 검은 봉지에 담아 건냈다. 돈을 내면서도, 봉지를 받아 들고서도 계속해서 과자값이 비싸다는 말을 반복하던 아저씨는 집으로 지하철이 들어오자 얼른 지하철에 올라 타 반대편 문에 기대 섰다. 검은 봉지를 한 손에 꼭 쥐고.

*

추운 겨울날, 오래된 검정 코트를 여미고 앞서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 같은 검은 봉지. 검은 봉지에 무엇이 담겨있던 그 모습이 참 쓸쓸하다. 바스락바스락.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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