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무살이 넘으면 찾을 줄 알았는데, 서른이 넘은 지금도 답을 찾지 못했다. 이건 사실 너무 당연 한 일. 사랑이라는 것이 본래 답이 없는거니까.

사랑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이미 그것은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일 거다. 인류는 답이 없는 '사랑'이라는 그것을 끊임없이 탐구한다. 그리고 정의 내리고 있다. 누군가는 음악으로, 또 누군가는 소설로, 영화로 그리고, 그림으로. 실체를 알 수 없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사랑이 주는 설렘'을 쫒아 오늘도 사람들은 숨가쁘게 움직인다.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대상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대상과 더 젋게는 이 세계와의 공존을 기획하는 일이다. 이 공존에서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자신이 원인이 되는 것이다. 사랑을 통한 삶의 창조, 그것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영역이다.

"언제나 그 스스로가 농사 짓는 농부가 되라, 이 존재세계의 인(因)이 되어라. 주인이 되라." 우리 모두가 인(因)이 될 때, 이 인과 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걸 인연(因緣)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은 인연, 이거는 인연이 성숙되지 않았거나 인연이 넘었다, 인연이 끝났다 그럽니다. 그래서 인연이 성숙되지 않은 중생은 부처도 구제하지 못한다 그러죠. 사무치게 한 번 생각해 몹시다. 연(緣)이 되지 말고, 인(因)이되라는 소리. 이게 바로 '닦는다'는 개념입니다. (농담, '삶과 수행')

고로,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혼자 갈 수 있는 자만이 누군가를 사무치게 사랑할 수 없는 법이니.

- 고미숙 /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내가 과연 사랑을 하고 싶은건가,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설렘 이상의 감정이 점철된 관계, 하나이자 둘 일 수 있고 둘이자 하나일 수 있는, 함께 하지만 가장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나의 지지자이면서 동시에 가장 비판적일 수 있는 관계. 나는 그런 관계를 꿈꾼다. 이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이 하고 싶은거고, 아니라면 사랑이 아닌 그 무엇(대체어가 필요한?)이겠지.

어쨌든 이런 생각 가지고는 연애 못한다는 거. 나도 알지만 그래도 그런 사랑도 있을 수 있겠지 싶어 기다려본다. 넌 어딨니?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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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고미숙,『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Tracked from 지금은 습작시대 2009/11/15 09:57  Delete

    최근 고미숙쌤의 책을 읽고 또 강연도 들으면서 “인연은 우주가 정하는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쉬이 납득할 수 없는 명제를 하나 얻었다. 헤어짐에 있어 “시절인연”의 영향을 쏙 빼놓고 “주체”에만 모든 책임을 지울 순 없는 일이다. 니 탓, 내 탓 따질 필요없이 그저 우주 탓이라는 얘기이다. “내 삶에서 알아서 비켜나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란 말이다. 자, 이제 이 앎을 내 삶과 같게 하려면? 오는 인연 안 막고, 가는 인연 안 잡고…. 그러나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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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대학에 가면 니들 뒤로 남자가 줄을 서거든!?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렴."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지 않거나, 일단 의심부터 하곤 했던 내가 선생님의 저 말씀 하나만큼은 철썩같이 믿었다.

나는 초,중,고를 모두 '남녀공학'에 다닌 '행운아' 이면서, 동시에 그 비일비재한 연애사건 중 어느 하나의 주인공도 되어보지 못한 '불운아'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 나의 뻗친 단발머리와 위아랫니에 나란히 사이좋게 깔려 있던 치아 교정기. 이리보고 저리봐도 볼 품 없었던 내가 저슬픈 운명의 길을 걸었던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도 성인이 되서 머리를 마음껏 기를 수 있을 것이고, 스무살이 되기 전에 교정기도 철수시킬 예정이었기에, 나도 예뻐질 것이다, 선생님 말씀대로 내 뒤에도 남자들이 줄을 설 날이 오리라 '굳게' 믿었다.

줄을 서시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대학. 가보니 정말 사람들이 정말 여기저기 줄을 서고 있었다. 여자 신입생을 보는 선배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이에 질세라 남자 동기 녀석들도 두 눈을 치켜뜨고 여기저기 줄을 섰다. 신기하고 들뜬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내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그 줄!! 내가 섰다.

유난히 인기가 많았던 K선배 뒤에 줄을 서서, 예쁜 친구에게 밀리고 잘난 친구에게 밀리며 눈물과 아픔으로 점철된 시절을 보냈다. 핑크빛으로 물들 줄 알았던 내 스무살의 사랑이 그후로로 오랫동안 참 많이 아팠다. 선생님은 거짓말쟁이.

그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열심히 줄을 섰다. 그 줄이... 참 안줄더라..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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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장 2009/10/06 22:12 Address Modify/Delete Reply

    후후후.... 전 아예 줄 서는 걸 포기 ㅡ.ㅡ

  2. 흠.. 2009/10/07 09:3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무 슬픈 얘긴데..?? ㅜㅜ

  3. qwer999 2009/10/07 10:3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목이 멋지네요

  4. 녹두 2009/10/08 15:45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 줄 반기기만 할 게 아닙니다.
    내 뒤엔 마음에도 안 드는 걸들만 쭈르르 줄 서고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여자사람 앞에 길게도 늘어선 줄 끝에 서야 할 땐
    이건 참......
    비극이죠.

  5. inuit 2009/10/09 21:1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줄 맨 뒤에 선 뒤, 뒤로 도세요. 다들 줄줄이 서있을테니. ;;;;;